형이랑 육개장 한 젓가락 전쟁: 목침 배게의 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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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형이 올해로 23살임. 근데 정신 연령은 한 5살 수준. 며칠 전에 육개장 두 박스를 집에 들고 와서 “게임하면서 먹을 거니까 건드리지 마!” 하고 엄포를 놓더라고. 눈앞에 육개장이 있으니, 나도 이성을 잃음. 형을 습격해서 한 상자를 몰래 빼와서 숨겨놓고, 형 나간 틈타 꺼내서 먹었음.
며칠 뒤, 형 방에 무슨 일로 들어갔는데 책상 위에 육개장이 하나 있길래 얼른 뜨거운 물 붓고 화장실 다녀온 다음 한 젓가락을 집어먹음. 근데, 이게 웬걸, 입안 가득 식초맛이 확 퍼지는 거임. 바로 감이 오더라. “아, 이건 분명 형 짓이야!” 그리곤 형 방 문을 쾅 열어젖히면서 소리쳤음.
"내 미각에 무슨 짓을 한 거야! 돌려놔!"
형은 배를 잡고 웃으면서 “ㅈ까 ㅋㅋㅋㅋ” 이러는 거임.
순간 이성을 잃고 침대에 있던 베개를 들고 형 얼굴을 공삼아 티볼 하듯이 풀 스윙 날림. 형도 지지 않고 반격하는데, 이 형이 들고 있는 베개에는 목침이라도 들어 있는 건지 타격감이 다름. 진짜 머리가 아플 정도로 강하게 들어옴. 그래도 난 포기하지 않고 베개로 몽둥이 찜질하듯 몰아붙였지만, 내 베개는 비브라늄이 아니라 솜이라 타격감이 약했음.
형은 그런 나를 보며 씨익 웃더니, 목침이 들어간 듯한 베개로 머리에 2연타를 날림. 순간 정신이 아찔해지며 생각했음. '이대로는 진다.'
그래서 잠시 무릎을 꿇으며 형을 방심하게 한 뒤, 힘을 모아 일어나며 형의 베개를 빼앗아 몸을 틀면서 백 스핀 배게 샷을 날렸음. 형은 진짜 목침에 맞은 것처럼 방바닥에 구르며 패배를 인정했음.
결국 알고 보니, 형의 베개엔 전공책이 들어 있었던 거임. 그렇게 형에게 식초 육개장을 먹게 하고, 난 새로 육개장을 끓여 먹으며 전쟁은 끝남.
이제 끝난 거 맞지? 안녕! 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