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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처음 먹었을때 다들 어땠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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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어릴 때, 엄마 아빠 따라서 아빠 회사 회식 자리에 간 적 있었음. 그때는 그냥 어른들 술 마시는 걸 보면서 뭔가 어른들이 멋있어 보였음. 난 그때 중학생인가 고등학생인가 그 사이쯤이었고, 어른들 사이에 앉아 있으면 괜히 나도 어른이 된 기분이 들었거든. 그래서 슬쩍슬쩍 어른들 대화에 끼어들다가 아빠 친구 아저씨가 내 앞에 술잔을 하나 딱 놔두는 거임.


“한잔해봐. 어른들 사이에 있으면 술 한 잔 정도는 해야지.”


순간 당황했지만, 분위기상 거절하기 좀 그랬음. '이게 예의인가?' 하고 생각하며, 그냥 얼떨결에 한 잔 들이켰지. 처음에 입에 들어갈 땐 쓴맛이 확 올라오면서 속이 뒤집히는 것 같더라. ‘아, 이게 술이라는 거구나’ 하고 처음엔 왜 어른들이 이걸 먹나 싶었음. 근데 뭔가… 자꾸 먹다 보니까 그 쓴맛이 점점 익숙해지고, 술이 달달하고 시원한 느낌이 드는 거임. 솔직히 말해, 그때 감이 잡힌 거지.

그래서 내가 생각했지, '오? 이거 생각보다 괜찮은데? 한 잔 더 마셔도 되겠다.' 그리고 두 잔, 세 잔, 네 잔... 그렇게 소주랑 맥주를 섞어서 폭풍처럼 마셨음. 이상하게 그때는 배도 안 부르고 계속 들어가는 거야. 친구들이랑 노래 부르고 춤추고 한창 분위기 타고 있었으니 정신도 없고, 내가 얼마나 마셨는지도 모를 정도였음.

근데 딱 어느 순간, 갑자기 세상이 확 돌아가는 느낌이 들더라. 바닥이 내 발 밑에서 출렁거리듯이 움직이는 기분? 그때부터는 머리도 깨질 듯 아프고, 속도 울렁울렁 거리기 시작함. 점점 어지러워지더니 급기야 그 자리에서 그대로 뻗어버렸음. 평상 위에 누워버렸는데, 난 그때가 기억이 거의 안 남.


다음에 일어났을 때, 완전 지옥이었음. 머리는 깨질 듯이 아프고, 온몸은 땀 범벅에 속은 뒤집어져서 그 자리에서 바로 오바이트를 해버림. 진짜 그때만큼 인생에 후회한 적 없었음. '술을 왜 마셨을까, 내가 술 마실 나이도 아닌데' 하면서 혼자 후회 백 번 하고 있는데, 갑자기 옆에서 아빠 목소리가 들려옴.

“야, 일어났냐?”


아빠였음. 근데 아빠도 나랑 똑같이 평상 위에서 뻗어있었더라. 우리 둘이 나란히 누워 있었던 거임. 서로 쳐다보면서 헛웃음 나왔음. 둘 다 술에 취해서 뻗어버린 거지. 회식이 끝났는지, 이미 다들 정리하고 가려는 분위기였고, 엄마는 우리 보고 한숨 쉬면서 차에 실어가더라.

그날 밤 진짜 고생했음. 집에 가서도 계속 속 뒤집혀서 화장실만 들락날락했고, 다음 날도 숙취 때문에 반나절은 제대로 누워있었음. 그때 다짐했지, ‘아, 다시는 술 안 마셔야겠다.’

근데 사람 마음이 참 이상하더라. 그 이후로 친구들이랑 놀 때마다, 회식할 때마다… 또 술잔이 눈앞에 놓이면 손이 가더라. 그날의 기억은 다시 떠오르지만, 결국 또 한 잔, 두 잔…

그리고 지금도 난 또다시 친구들이랑 술을 들이키며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음.

"참, 그때는 왜 그랬지?"

그리고 옆에 앉아 있던 친구가 한마디 하더라.

“야, 너 진짜 맨날 안 마신다더니, 지금 벌써 소주 세 병째다. 그날 일 진짜 기억 안 나냐? 그거… 다 꿈이었잖아. 너 혼자 평상에서 뻗어있다가 이상한 꿈 꾸고 일어난 거였어. 아빠는 그날 회식 참석도 안 했거든.”

순간 머리가 띵하면서, 뭔가 묘하게 억울하고, 또 허탈했음. 꿈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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